아침은 이 정도 까지 아닌데, 저녁은 꼭 이랬다. 지극정성을 넘어서 과했다. 드디어 이 식생활에 대해 말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게다가 남긴 음식들은 어디로 가는지, 김치 외 음식이 다시 저녁 식탁 위에 다시 오른 적이 없었다. 마녀가 잡아먹으려고 살찌우던 게 헨젤인가 그레텔인가. 하여튼 걔가 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저쪽이 마녀 같진 않지만. 게다가...
유일한 옛날식 집. 어쩌면 태오가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얼른 마당으로 나가 한옥을 살폈지만, 천장에 있는 커다란 창문에선 빛 한 점 새어 나오지 않았다. “어딜 간 거래.” 같은 집에 살지만 태오에 대해 아는 건 하나도 없었다. 물론 그러길 바라고 상대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행동하긴 했지만. 그때였다. 저 멀리 풀숲이 부스럭 댄 것은...
“조작된 거 같아.” “조작이요?” “응. 여기 있던 뭔가를 가리기 위해서, 어색하지 않을만한 비슷한 영상을 가져다 붙인 거야.” “설마 인신매매단이요?” “글쎄. 일단 사이버 팀에 영상 넘겨보자고. 다른 날짜 CCTV도 확인해야겠고. 아니, 아예 컴퓨터 채로 넘기자. 이 컴퓨터가 해킹 당했는지 여부도 알아봐야 되니까.” “네. 요청하고 오겠습니다.” “어...
“저번에 그날 갔던 데 다 말씀 드렸잖아요. 거짓말 안 했어요. 애초에 제가 범죄자도 아니고 왜 또 찾아오셨는데요.” “그날 갔던 데요? 언제요? 아니, 누구한테요? 경찰한테요?” “…저 찾아오신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것보다 그 얘기 자세히 좀 들을 수 있을까요?” 그녀는 피곤하다는 듯 대놓고 짜증을 부렸지만 중요한 증언이라는 말에 이내 시간을 허락...
“이건 잇자국이 아냐.” 그가 가리킨 건 피해자의 손가락이 찍힌 사진이었다. “아, 그건 날이 톱니바퀴 모양인 펜치로 잘랐을 거라는 국과수 소견이 나왔어요.” “펜치…. 장기 적출 쪽도 가짜인 거야?” “아뇨. 장기는 실제로 적출되었어요. 다만 이호영의 시신은 몸이 먹힌 상태였기 때문에 확신할 순 없고요. 이후 김미진, 이유빈 시신의 장기가 적출된 채 발견...
“미안.” 그래놓고 눈치를 봤다. 거참.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는 것보다 웃는 게 훨씬 좋네요.” 친해질 필요도 없지만 불편하게 만들 생각도 없었다. 겉보기가 어떻든 노인은 공경해야지. 이어 그가 찬장을 열어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보여줬다. 눈높이가 살짝 아래인 목덜미가 살짝 붉었다. 웃는 게 예쁘다는 것도 아니었는데, 반응 참 솔직하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
“이 상황에 영화표를 준다는 건, 역시 태오를 꼬시라는 거죠?” “그것보다는 태오와 설지환 사이의 분열을 야기하고 싶습니다. 이건 유결과 제 생각이 동일합니다.” “분열을 친목 도모로 야기하십니까? 유치하게. 그리고 어쨌든 저를 이용하겠다는 얘기고요.” “저는 그저 설지환이 둔 수가 최악이 될 수 있게 조정하는 겁니다.” “선배가 둔 수…. 그게 접니까?”...
“설지환의 반대에 서는 일만 아니라면.” 차를 호호록 마시던 그가 결론을 내렸다. 저 종족 모를 놈의 생각은 모두 설지환을 중심으로 도는 건가? 어차피 그와 척질 일은 없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당신 정체가 뭡니까?” “음?” “신뢰성 낮은 말을 무조건 따를 생각 없습니다. 저희 팀에게 도움 되는 종족인지 알아야겠습니다.” “그건 곤란한걸. 세...
“팀장님, 막내 이러다 퇴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일 분할하자니까.” 불똥을 이정운에게 넘기자, 그가 질린 표정을 지으며 제 자리로 도망갔다. “선배님. 어디 밉보이셨습니까? 반장님은 아무런 말씀도 안 해주시고 설 선배님은 한 달 휴가에, 선배님까지…. 저희 팀 사라집니까? 이렇게 와해되기 싫습니다아-.” 진심이었는지 박준범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들...
“…그렇다면 지환이가 돌아오고 나서 직접 물어보는 게 낫겠어. 다만… 나는 네가 지환이나 이곳에 별로 엮이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해.” 이미 엮일 만큼 엮인 것 같은데도 그가 선을 그었다. 하긴 이대로 한 달 뒤에 발을 빼면 그만인 관계니까. 그 말인즉슨 때가 되면 발을 뺄 수 있을 거란 말이기도 했다. “곧 돌아갈 시간이네. 씻고 쉬고 있어. 못한 산책을...
7. 산속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 피를 넣고, 식탁에 앉아 포장해온 설렁탕을 먹는다. 곧장 2층으로 올라와 씻은 다음 방으로 들어와 자료를 보다가 잠에 든다. 자고 일어나면 시간은 어느덧 퇴근 시간에 가까워져 있다. 벌써 이런 식으로 며칠을 보냈다. 이대로라면 완벽한 ‘월급 루팡’ 루틴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금 낭비에는 실패했다. 퇴근 후 탐정 놀이...
투두두둑-. 무슨 소리지? …빗소리? 이건 또 무슨 냄새야? 비린내가 역하고 공기는 습했다. 여기가 어디지? 바다? …항구? 두 글자가 머릿속에 떠오르자 숨이 턱 막혔다. 비린내와 뒤섞인 짠 내가 코끝을 찔렀다. 이곳은 조용하고 작은 부둣가였다. “괜찮아. 우리 안 죽어, 인마.” 그제야 익숙한 등이 시야에 들어왔다. 늘 의연해 보이는 뒷모습과 달리, 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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